적벽강 별궤적

2020. 4. 6. 23:042010-2019/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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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D810 + AF-S NIKKOR 24-70mm f/2.8E ED 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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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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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각인시키려면 노출을 오래 하면 된다.

카메라 셔터를 눈까풀이 깜박이는 것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열어 두면 된다. 

그러면 깜깜한 밤하늘 아래에서도 별빛을 담을 수 있다. 

 

손바닥과 발바닥에는 굳은살들이 있다. 

특히나 발바닥에는 더 굳은 살이 두텁다. 

신체 기관 중 외부와 마찰이 심한 곳은 굳은살이 두꺼워져 내부의 기관을 보호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반복된 노출이 나를 보호하는 굳은 살을 만들고 감각도 둔하게 하여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 

 

마음도 무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찬물에 이가 시린 것, 땡볕에 살갗이 따가운 것, 체해서 먹먹한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이내 굳은 살이 배겨서 무뎌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나보다.

 

 신발 속에 들어온 작은 모레알 같아 별로 대수롭지 않았는데 걷는 동안 신발 속에서는 돌멩이가 자라났다.

별 것 아닌 책이라서 대충 손가락으로 낱장을 넘기는데 언제 베였는지 손가락에 빨간 실선이 보이게 만들 만큼 내 마음은 얇아져 있었다.

어쩌면 얇아진 것이 아니고 언제 드러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각인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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